대학원생 라이프

비전공자 개발자의 유학 준비기

트리피샌프란 2022. 10. 11. 12:12

유학에 필요한 서류들은 정말 꼼꼼한 사람들이 많이 정리를 해놓았다.
미국 대학원 준비과정(PhD CS) 정리
[미국 대학원 석사 지원] ① 타임라인과 스펙 (HCI/UX/CS)
기본 준비 사항은 이런 분들의 글을 한 다섯 개 정도 읽다 보면 감이 온다.
 

0. 들어가며

처음에 유학을 가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는 지원 학교들과 관련해서 나의 이 별종같은 스펙을 받아 줄 만한 학교가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  불어불문학과 전공 / IT융합(이라 쓰고 개발에 도움안되는) 복수 전공 / 경영학 부전공
  • 유엔한국학생협회, 스위스 교환학생, 스웨덴 해외 인턴처럼 IT와는 정말 관련없는 바쁜 학부 시절
  • 전공자들이 흔히 갖고 있는 학부 시절 프로젝트 경험 0회
  • 웬만한 학교들이 요구하는 prerequisite(선수 과목) 하나도 없음
  • 회사를 교육생 전형으로 입사했기에 3개월 짜리 부트 캠프 (두 달 수업, 한 달 프로젝트)
  • 은행SM 물경력 2년 
  • 금융SI 그나마 쓸만한 경력 2년

 
정말 문과 오브 문과인 불어불문학과에서 이것저것 하다보니 딱히 한 군데로 모아지는 스펙들도 아니고 SOP(Statement of Purpose:학업계획서)에 쓰려다보니까 부연 설명이 필요한 경험들이었다. 그래서 SOP를 쓰는데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도 과연 나의 이 스펙들이 미국 CS 석사 지원에 먹힐 것인가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시작했는데 만약 내가 석사를 붙는다면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까 싶어 글을 남겨놓으려 한다. 다 떨어지면 그냥 정보성으로 이렇게도 준비를 했네~ 정도 나의 2021년 하반기를 기록하는 일기로 남겨두지뭐.
 
나는 유학을 가겠다는 마음만 먹고 있다가 본격적으로 준비한 기간은 2021년 8월 중순 ~ 2022년 1월 초 정도까지이다. 토플은 2021년 11월 13일까지 시험을 봤고 학교 한 군데서 GRE 필수로 노선을 트는 바람에 2022년 1월 9일에 시험을 봤다. 미국 석사 지원에 있어서 다른 분들에 비해서 부가적으로 내가 한 활동들에 대해서 써봐야겠다. 
 
 

I. 학교 리스트 추리기

1. 랭킹 확인

보통 사람들이 자주 들어가는 곳이 usnews인데 그냥 구글에 usa cs ranking 치면 자세히 잘 나온다.
 

랭킹 검색 예시

저기를 들어가보면 미국 내 computer science 랭킹이 쫘라락 뜨는 것을 믿고 학교들을 눈에 넣어본다. 우선 랭킹 높은 학교들을 나의 notion으로 옮겨왔다.

랭킹 보고 내가 정리한 노트

내가 유학을 갈 때 가장 먼저 고려했던 것은 **한국에서 직항이 존재하는지** 였다. 유학 가는 놈이 한국을 그렇게 좋아해서 쓰겠나 싶지만 친구, 가족들이 다 한국에 있기 때문에 나는 한국에 자주 오고 싶다. 물론 그 곳에서도 생활을 열심히 하겠지만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있을 때 가장 빠르게 올 수 있는 방법이 직항이기 학교 위치가 굉장히 중요했다.
 
그리고 스위스, 스웨덴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바는 **나는 도시에 살아야한다.** 발달된 인프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아서 놀거리가 많은 곳을 가야했다. 유학 준비를 하면서 사람들이 옥수수 밭 한 가운데 가면 우울증 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는데 그게 바로 나였다. 스웨덴 수도인 스톡홀름도 나는 생각보다 노잼이었기 때문에 화려한 도심이 학교 근처에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항목이었다.
 

2. 적합 여부 확인

지금 보니까 notion을 되게 허접하게 써놓긴 했는데 우선 내가 가장 중점적으로 본 것은 **'전공 선호도'****GRE 여부** 였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학교를 검색해서 날 받아 줄 곳인지 아닌지 가려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학교들을 주루룩 썼으면 나는 가장 먼저FAQ(Frequently Asked Question) 영역에 들어갔다. 왜냐하면 나같은 비전공을 아예 막아버리는 학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런 학교들은 notion에 '전공 선호도 강함'을 썼다. 그러면 대부분은 그냥 나가리 되는 학교들인 것이다..... 하지만 가끔 가다보면 전공에 제한을 안두는 과들이 있기 때문에 그 학교들은 위로 좀 올리고 했다.

어느 한 학교의 Eligibilty

그리고 나는 GRE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GRE를 보는 학교들을 다 제껴야했다. 생각해보면 유학 가겠다고 8월 중순에 마음먹고 12월에 지원을 하는 일정이 약간 도둑놈심보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해보자는 생각으로 GRE required는 다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 부분도 보통 FAQ에 잘 언급이 되어있다. GRE optional도 약간 위험하니까 무조건 not required인 학교를 최대한 넣으려고 했다.
 
덧붙여서, 랭킹 검색하다보면 유학 준비 초반에 Top 10 그까이꺼~ 하다가 자기 객관화가 되기 시작한다. 전 세계의 인재들이 모인다는 미국에서 Top 10은 그만큼 들어가기 힘든 학교고 나처럼 별 준비가 되지 않은 애들이 감히 두드릴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저절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게 된다. 그리고 생각보다 58위, 61위 같은 순위가 낮아보였지만 미국에는 대학만 몇 천개가 있고 랭킹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학교임에 분명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학교 리스트를 추릴 때 돈 낭비 같아보이는 Top 스쿨은 제끼고 가능성이 있을만한 곳들로 모으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us news ranking에 있는 거의 모든 학교를 검색하고 제외하고 하다 보면 나중에 무언가를 새롭게 알게 되었을 때(누구누구는 이런 학교를 추천한다더라) 내 리스트에서 제외 되었는지, 무엇때문에 제외 되었는지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았다.
 

3. 틈새 전공 확인

학교 admission 사이트들을 뒤지다가 발견했는데 생각보다 나같은 별종들이 많아서 그런지 학교별로 틈새 전공이 많았다. Professional master, computer engineering(논문 없는) 전공도 있고 computer science bridge 같이 나같은 비전공생이지만 경력이 있거나 전공을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었다. 

나는 학문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미국에서 취업을 하고 싶은 생각이 컸기 때문에 조건이 까다로운 computer science보다는 그런 틈새 전공들을 주로 넣기로 마음 먹었다.
 
 
 

II. 학교별 SOP,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1. 교수 컨택 & 논문 읽기

라고들 방법을 알려주는데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나는 I-3에서도 언급했듯 논문을 쓰지 않는 전공들에 주로 지원을 하는데 교수 컨택이나 논문을 읽는 것은 연구실에 들어가고자 하는 학생들이 그 연구실에 자리가 있는지 묻는 용도로 많이 쓰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리저리 컨택 이메일 템플릿을 찾아봤는데 내가 쓸 말이 도저히 없어서 그냥 하지 않았다.

 
2. 그래도 논문을 읽자

나의 산발적인 학부생활, 물경력과 SI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가에 대해 고민을 맞닥뜨렸을 때, 논문이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Sop를 쓰면서 언급되었던 기술 키워드로 논문을 찾기 시작해서 일주일 정도 한글 논문을 읽다보니 대략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나왔다. 사실 비전공생 개발자가 목표로 삼은 분야가 얼마나 집약적이고 날카로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실무에서 익힌 기술이 추구하는 방향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논문을 읽다보니 내가 아는 선에서만 이러이러한 공부를 하고 싶다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3. 학교별로 커리큘럼 따라서 경험과 연관 짓자

학교별로 어떤 공부가 하고싶은지에 대해 쓸 때 학교별 커리큘럼, 즉 졸업이 필요한 이수 학점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열심히 파고들었다. 그래야 대략적으로 내가 그 학교에 입학해서 2년 간의 인생 플랜이 이러이러해서 난 이렇게 공부를 하고싶다로 귀결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Computer science/engineering 분야는 웬만하면 방대한 주제들을 다루기 때문에 내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와 관련된 수업들이 많았어서 학교벌 커리큘럼에 따라 이 수업을 듣고 싶다 정도로 학교별 단락을 따로 구성했다. 사실 다른 분들은 특정 교수의 논문을 읽어서 언급하라고 많이 말씀하셨는데 내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그렇게 특정 지을 수가 없었고 그만한 지식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어떤 수업을 듣고싶다 정도로만 마무리했다.
 
 

III. 난 컴퓨터 공학 교수님의 추천서가 없는데

IT융합 전공을 복수 전공으로 이수했지만 그 전공 담당 교수가 추천서를 못써주겠다고 했다. 정말 멘붕이었지만 어쩌겠는가 본인이 써주기 싫다는데. 그래서 나는 추천서를 지금 다니는 회사 1명, 인턴 사수 1명, 그리고 불어불문학 전공 교수님 1명으로 구성했다.
 
Computer science/engineering 넣으면서 IT 관련 교수님 추천서 한 장 없다는 사실이 정말 절망적이긴 했다. IT 공부를 하러 가는 사람이 말이다. 그래도 다행히 회사에서 추천서를 써주신 분이 IT 쪽으로 언급을 많이 해주시긴 하셨지만 내가 만약 합격한다면 이렇게 추천서를 구성해도 가능하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IV. 그래서 내가 그렸던 나의 미래는

1. Asian woman in STEM field

한창 지원할 학교를 찾고, computer science와 computer engineering의 차이점을 알아가고, 논문을 쓰지 않아도 되는 코스들이 있고 1.5년 만에 졸업시키는 학교들도 있다는 사실들을 하나 둘 씩 알아갈 때쯤, 이미 미국에서 공부하는 분과 연락할 기회가 있었다. 그 분께 얻은 키워드가 Asian woman in STEM field 였다. 내가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도 늘 답답해했던 남초 직군의 단점을 오히려 나의 sop의 소재로 살릴 수 있었다. 요즘 워낙 미국에서는 diversity에 대한 논의가 뜨겁기 때문에 내가 이런 소재로 글을 써도 괜찮다는 주변의 의견에 힘을 얻어 sop를 쓸 수 있었다.
 

2. SOP의 전반적인 흐름

앞서 언급한 부분 덕분에 더욱 더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던 것 같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논의가 진행 되지도 못하는 수준인데 이미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미국은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그리는 미래에서 나는, **'누군가 나를 처음 만났을 때 나의 성별로 색안경을 끼기 보다는 나의 능력과 나 자신을 바라봐 줄 수 있는 그런 세상'**이라고** '기술은 다양함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하는 영역'**이라고 글을 썼다. 이런 생각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해나가면서 내가 겪은 이야기, 내가 생각하는 미래 모습을 위해 차근차근 이야기를 쌓아나갔다.
 
 

V. 이제 넣어보자

1. 추가로 답변해야하는 질문들이 꽤 있다

학교도 추려졌고, 추천서 세 분도 모셨고, SOP도 완료했고, 토플 성적도 나왔으니 이제 진짜 지원을 해야했다.
 

나는 이렇게 총 7개의 학교에 지원서를 넣었다. 근데 역시나 application 페이지를 까보면 생각보다 대답해야할 문항이 많아서 멘붕이었다.
 

학교별 문항 정리 내용

그래서 이렇게 학교별로 Additional 문항들을 따로 추려서 비슷한 항목끼리 색깔을 지정한 다음에 답변을 작성했다. 
 

2. 학교별로 체크 리스트 작성은 필수

아무래도 이런 자잘자잘한 부분들에서 챙겨야할 영역이 많다보니 학교별로 시트지를 따로 팔 수 밖에 없었다. 
 

학교별 체크리스트 작성

이런식으로 apply 페이지의 탭을 모두 캡쳐한 다음에 옆에 Y/N으로 완료 여부를 하나씩 체크해나가면서 지원서를 작성했다.
 

VI. 지원서를 제출했으니 돈을 내거라

역시 유학 준비에 돈이 어마무시하게 깨진다는 것은 팩트였다. 지원한 학교 7개 중에 한 군데 빼고 다 $140.00 였다. 우리나라 돈으로 16만5천원정도...? 한 군데는 그나마 $90.00 이었지만 떨어지면 환불해주지도 않는 application fee로만 100만원정도 깨졌다. 거 140달러는 좀 너무한거 아니오... 그래도 어쩌겠어 내야지 뭐
 

VII. 그래서 발표는 언제...?

정신없이 준비를 끝내고 나니 thegradcafe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이제 한 2월 중순 ~ 3월 말까지 늦어도 4월 초까지는 모든 것이 결정될 것 같다.
 
이렇게 나의 2021년 하반기를 다 쓰고 나니 바쁘게 살았던 반 년이었다. 나의 28살은 코로나와 유학 준비로 점철되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