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 라이프

이번에도 힘들었던 인턴십 구하기 여정 - 합격 전

트리피샌프란 2024. 3. 22. 14:24

드디어 8개월 간의 인턴십 리쿠르팅이 끝났다.

작년보다는 잘 하겠지라는 막연한 자신감으로 시작했지만 3월 8일이 되어서야 최종 합격을 받았다.

한 달 정도 앞당긴거면 뭐 나아지긴 했네.

 

최종 합격을 받고서 3번의 Online Assessment가 더 날라왔는데 합격한 회사의 HR이 일을 너무 잘해서 안하고 무시하고 있는 중이다.

이왕 이렇게 힘들게 구한 것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주저리 주저리 글을 써본다.

 

나는 일반 CS 석사와 다르게 3년 프로그램이었고, 두 번의 여름 방학이 있기 때문에 CPT를 쓸 수 있는 기회도 두 번이 있다.

다행히 두 여름 방학 모두 인턴십을 통한 CPT를 쓸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전쟁의 시작

8월 18일에 인턴십 마지막 출근을 한 뒤, 이 힘들 과정을 다시 해야 한다는 생각에 2주는 리쿠르팅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 같다.

웬만한 빅테크들이 요 시기에 인턴을 구한다지만 뭔가 시장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래도 정신 못차리고 학교 개강하고 개강을 핑계로 인턴십 지원을 안하고 있었던 것 같다.

9월이 되자 진짜 더이상 미룰 수 없다며 인턴십 지원을 시작했다. 레쥬메 업뎃을 완료하고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지원해보자며 공고가 뜨면 무조건 Alumni한테 컨넥 요청부터 보냈다.

공고 확인 -> Alumni Connect 요청 -> 요청 수락 후 Coffee chat 메세지 -> Coffee 챗 수락 하면 Online/Offline meeting

이 방법을 쓰기 시작했다.


Referral도 소용이 없다

작년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링크드인에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커피챗 요청을 했다는 것인데 그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링크드인 콜드 콜이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커피챗을 통해 진짜 실제로 만나서 인더스트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한없이 바닥으로 향해가던 나의 자신감을 어느정도 보듬어주고 해낼 수 있다는 용기를 얻는다.

 

일례로, 아직도 나는 나의 첫 커피챗 상대를 기억한다. 인턴십에 최종 합격을 하고 나의 첫 커피챗 상대에게 감사 메세지도 보냈다. 정말 아무 것도 없는 일개 학생인 나에게 용기를 가득 심어준 고마운 분이었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도 컸고 내가 고민하는 커리어와 개인적인 삶에 있어서 충분히 해낼 수 있다며 자신이 그 예시라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주셨다. 그 분 덕분에 OA도 받았지만 내가 부족한 탓이었는지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HR에서 그 분께 먼저 연락을 주었고 혹시 OA가 너의 역량을 담아내기에 힘든 부분이 없었냐 피드백을 받아가시기도 했다. 그분이 그렇게까지 나를 도와주는 것을 보고 나도 꼭 나중에 누군가가 나에게 콜드콜을 보낸다면 꼭 받아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아직 나의 인턴십에는 진전이 없었다. 체감상 작년에 지원했던 때보다 미국에서의 인턴십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OA는 많이 초대가 되었다. 심지어 Code Signal이 90일 동안 두 번, 180일 동안 최대 세 번까지만 응시가 가능하고 쿨타임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꾸준이 낮은 점수 때문에 한 번의 기회라도 소중했기 때문에 Code Signal에 이메일을 써서 나 제발 한 번만 다시 보게 해달라고 애원해서 열리곤 했는데 더 낮은 점수를 얻었을 때의 그 기분이란.... 그 자괴감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다.

꾸준이 못 본 Code Signal 결국 여기서 한 번도 인터뷰로 넘어가보질 못했다


제발 LeetCode 좀 해라

사실 나는 살면서 코딩 테스트를 준비해 본 적도 없었고 4년 짬바가 쌓여서 그런지 애써 코테를 외면하고 살았다. 하지만 Alumni, 네트워킹, 커피챗을 하면 정말 하나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LeetCode였다.

 

"너 LeetCode 몇 개 풀었어?"가 처음부터 깔고 가는 질문이었다. 처음에 나는 DevOps할건데 그게 꼭 필요해?라는 식의 삐딱선을 탔었다. 어짜피 이쪽 분야로 가면 알고리즘이니 자료 구조니 그렇게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LeetCode와 담을 쌓고 살았다.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10명 중에 10명이 말하는 것은 내 생각을 뜯어고칠 필요가 있었다.

누군가는 LeetCode를 해야해서 하는게 아니라 그냥 습관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밥을 먹을 때, 샤워를 할 때 아까 본 문제를 어떻게 풀면 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면서 살아가라고 했다 (난 절대 그렇게 못해).

 

그래도 인정할 건 인정하자며 한국에 다녀온 봄학기부터는 그래도 일주일에 적어도 10개는 푸려고 노력했다. 친구가 정말 멍청이처럼 느껴질때만 Easy를 풀라고 했는데 그래도 나는 Easy도 가끔 막혔기 때문에 Easy - Medium 비율을 거의 1:1로 풀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그렇게 생각을 고쳐먹고 풀기 시작하니까 어느정도 습관이 들었고 겨우 100개 가까이 풀 수 있었다.


작년과 달리 선택과 집중을 하자

시장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진 가을학기. 사주도 보고 정말 자신감이 나락으로 떨어질 때쯤, 진짜 내가 미국 유학을 온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보게 되었다. 내가 이만큼의 비용을 들이고 이렇게까지 고생해야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학점도 잘 나왔고, 여름에 인턴십도 했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2-3통씩 와 있는 리젝 이메일은 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자신감도 깎여 갔고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다들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나만 뒷걸음질 치는 기분이었다. 이때는 내가 연애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루에도 기분이 들쑥날쑥 하는 나를 상대하느라 남자 친구도 아마 많이 지쳤을 거다. 

 

그래서 찐석사 1학기를 마치고 나서 경제 활동을 그만하기로 마음먹었다. 1년 꼬박 TA일을 해서 $10,000정도 벌었는데 (월급 $1,000도 안되네 ㅋ_ㅋ) 이 조그마한 월급 때문에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진짜 봄학기에 인턴을 구하지 못한다면 나의 여름 방학은 3개월째 아무것도 못하거나 무급으로 인턴십을 해야하는데 그러면 너무 슬플 것 같았다. 그래서 봄학기 만큼은 진짜 '취업'을 위한 학기로 가득 채우고자 경제 활동을 그만 뒀다. 심지어 나는 졸업을 일찍 하든지, 마지막 학기에는 풀타임 인턴십으로 CPT를 쓰든지 두 가지 옵션을 만들기 위해 한 학기에 세 과목을 듣고 있었기 때문에 인생이 너무 피폐해져 갔다. 대학원생이 수업 3개에 TA 수업 1개를 듣는 것은 정말이지 체력에 한계가 오는 스케줄이다. 그리고 Compiler 수업이 나를 정말 미치게 만들었다. Compiler 수강을 고민하고 있다면 당장 그 생각 접으시길.

 

그렇게 한 학기에 약 $4,000를 벌지 않기로 다짐하고 오롯이 '취업'에 집중하는 학기를 맞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