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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라이프

5월 1일을 맞이하는 샌프란시스코의 베짱이

문득 어제가 4월의 마지막 날임을 깨달았다. 

정~말~ 4월은 게으른 한 달을 보냈다.

수영을 하다가 그래도 5월은 그만 게을러보자며, 집에 가자마자 티스토리에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 것이 무색하게도 유투브에 빠져서 또 저녁을 꼬박 영상을 보다 잠들었다.

 

그래! 새롭게 5월을 맞이하여 마음 다짐의 글을 써보자

우선, 격변의 3월을 뒤로하고 4월 동안 나에게 일어난 변화를 남겨두고자 한다.

 

  • 공부 & 독서
    • 인턴십 합격과 동시에 놓아버린 Leet Code
    • 인턴십 합격과 동시에 나태해져버린 Algorithms Study
    • 최소한의 과제만을 해 나가는 학과 공부
    • 그래도 완독 - 미괴오똑, 구의 증명
  • 운동
    • 일주일에 최소 주 2회 수영 갔다오기
    • 배드민턴 클럽 참여하기
  • 식습관
    • 베짱이에 걸맞은 12시 첫 끼, 7-8시 쯤 마지막 끼니
    • 외식/술 마시기 10회 이하
  • 소비 습관
    • 또 산 시즌권 $430
    • 그래도 $450 외식비
    • 장보기 $123.4
    • 쇼핑 $96.36

리스트로 나열해보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방에서 맨날 창 밖 구경 중인 Vicky

 

하지만 4월에 들어서서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것은 아무래도 인간 관계가 아닌가 싶다.

 

미국에 오고나서 1년 동안은 한국인 친구가 겨우 한 명 뿐이었다. 기숙사에 살면서 쏟아지는 새로운 인간 관계에 딱히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었고 나와 마음이 가장 잘 통하는 친구가 언제든지 달려와 줄 수 있어서 그런지 1년 동안은 향수병 없이 잘 보냈다.

 

널널하면서도 빡빡했던 Bridge 프로그램을 보내고 찐 석사를 시작했을 때, 한인 커뮤니티에도 적극적으로 나가고 하면서 또 다시 새로운 인간 관계의 물결을 맞닥뜨렸다. 내 처지와 비슷한 사람들, 이 시기를 이미 겪은 사람들과의 공감대를 쌓으면서 미국 사회에 좀 더 깊숙이 적응하게 되었달까. 

 

아직은 복잡한 생각이 들 때마다 한국어로 된 책을 읽고, 유투브에는 한국어로 된 컨텐츠가 가득한 것을 보면 나는 정말 어쩔 수 없는 한국인임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미국에서의 첫 1년도 자의로 한국인 친구가 없었다기 보단 적응하기 바빴던 시간 때문에 나 자신을 한인 커뮤니티에 노출 시키지 않은 것이 컸다. 이왕 활발하게 생활해보기로 마음 먹은 김에 Bay Area에 사는 한국인 친구들과 정말 많이 만났는데 거기서 오는 즐거움과 안정감이 나에게 또 크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나 한국을 떠나온 이유가 어느정도 나와 비슷한 맥락에서 기인되었다는 점에서 더욱더 깊은 공감대가 있고 그런 이야기들로 수다를 떨다 보면 유대감같은게 생겨서 정말 빨리 친구가 된다. 그 친구들 덕분에 이 머나먼 이국 땅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이지 않을까.


5월 1일, 한국은 근로자의 날이다. 내가 다녔던 회사는 이 날이 휴무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5월 20일, 나는 San Jose의 한 회사에 인턴으로서 출근을 하게 되었다.

 

학생에서 다시 근로자의 삶을 시작하는, 근로자로서의 완전한 시작은 아니지만 이제 그만 꿈 같은 학생 시절을 조금씩 깨어나라는 신호탄이 아닐까. 인턴십을 구하기 전에는 그렇게 간절하더니 또 막상 붙고나니 학생 시절이 끝나는 것만 같아서 아쉽다.

 

그래서 이 베짱이는 5월 20일까지 더 게으르게 놀아볼 참이다.

막상 정리해보니 미쳐버린 스케줄로 헛웃음이 나와서 기록해놔야겠다

  • 5/3 금: 친구랑 영화보기 & RAVE
  • 5/4 토: 낮에 배드민턴 & 저녁 최애 맛집
  • 5/5 일: 래프팅 반나절
  • 5/7 화: SDLC Final Presentation & 로스쿨 기말고사 끝난 기념 hangout
  • 5/11 토: Napa Winery
  • 5/12 - 14 일-화: 인생 세 번째 Yosemite
  • 5/14 화: OSS팀 미팅
  • 5/15 수: Bayesian/Deep Learning 기말 고사
  • 5/16 목: 친구 졸업식
  • 5/19 일: 바베큐 파티

게으르게 놀겠다는 것이 이 약속의 홍수에서 친구들을 빡세게 만나는 것이랄까?!

이별의 후폭풍도 어느 정도 잦아들어가고 있고, 이 아름다운 날씨에 해야할 일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나돌아댕기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삶인지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깝기도 하지만 이렇게 흘려보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요즘 새롭게 깨닫는다.

어짜피 출근하기 시작하면 이 때가 그리울텐데 이렇게 농땡이 부리는 시절이 있어야 또 힘내서 일을 하지!

운동, 독서만 놓지 않는 베짱이로 5월의 반을 잘 살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