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 네트워킹 네트워킹 거렸다면 이제는 인턴십 구하기 대장정을 마무리 할 때가 되었다.
앞서 1 답장 + 또 다른 추천 메일의 연장 선상으로 뫄뫄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게 됐다.
이번 이메일은 굉장히 길어졌다.
저는 누구고요.... 교수님께서 요쪽 분야 전문가라 들었사옵니다...
저 이상한 사람 아니고 저 누군지 궁금하시면 요런 교수님들께 저런 수업을 들었으니 물어보심 됩니다...
저도 교수님의 분야에 관심이 많은 중생인데 혹시 인턴십 자리가 있사옵니까..?
라는 구구 절절 이메일을 보냈다.
교수님께서 답장으로
너가 갖고 있는 경력이 왠지 우리 회사 여름 인턴으로서 적합할 것 같은데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단다.
혹시라도 결정이 나면 너에게 다시 메일을 줄게
라는 말이 돌아왔다.
이 답장을 받고서 뭘 할 수 있는게 없었기 때문에 그냥 계속 인턴십 지원하고 Spring break 찐하게 즐겼다.
Spring break가 끝나자마자 Woman Impact Tech 컨퍼런스를 하루 앞둔 월요일,
교수님께 연락이 왔다.
너 인터뷰 해보고 싶은데 내일 오후 2시에 시간 되니?
소중한 수업까지 째고 Woman Impact Tech에서 하루 종일 보낼 생각으로 들떠 있었는데
이메일을 받자마자
어우 당연하죠 교수님, 내일 2시에 뵙겠습니다.
라고 답장을 할 수 밖에 없었다.
Woman Impact Tech는 이틀밖에 열리지 않는 행사라
저녁에 Roblox가 진행하는 Bar night 이벤트도 있었는데 그걸 참석 못한게 아직까지 아쉽다.
내년에 가지뭐~
그렇게 정신없이 오전을 Woman Impact Tech에서 보내고 교수님이 계신 곳으로 오후 2시에 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약 3개 정도의 Behavior Interview 를 봤던 경험치가 있어서
나의 강점, 약점, 인상 깊었던 프로젝트 같이 기본적인 behavior questions에 대한 자료만 보고 갔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서 일면식도 없는 교수님께 인사를 드리고 내 레주메를 여시더니
Tell me about yourself
부터 시작했다.
그래도 신!입!사!원! 패기 쩌는 자기소개 보다는
그냥 내가 4년 4개월동안 어떤 프로젝트 했는지 두 세개 정도 언급하고 (레쥬메에 있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지금 이렇게 대학원생이 되었답니다~!
라고 담백하게 대답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교수님께서
자네 DB 는 좀 다룰 줄 아는가?
라고 물으시길래
아우 그럼요~ 제가 Introduction to DB 조교인데요~
라고 했더니
냅다 화이트 보드에 테이블을 그리시는 거다.
테이블에 심혈을 기울여서 데이터 넣으시더니 (심지어 NULL 까지 넣으심)
나보고
자 이 테이블에서 이걸 얻으려면 쿼리 어떻게 짜야하지?
라고 물으시는거다.
아니 갑자기 이렇게 당장 실무 면접을 보시겠다구요?
라는 생각에 너무 당황을 해서 머리가 하얘졌다.
NULL 도 출력하나요?
라고 시간을 좀 벌어봤다.
교수님이 눈빛으로 '니 마음대로 해봐'라고 신호를 주시길래
정줄을 붙잡고 쿼리를 짰다.
어려운 쿼리는 아니었지만 당황함을 가라앉히고 쿼리를 짰다.
답을 화이트 보드에 썼더니 교수님이
이걸 뭐라고 부르지?
라고 물으셔서
셀프 조인이요
했더니
흡족하신 모습으로 오케이 하셨다.
그렇게... 인터뷰를 무려 1시간이나 봤다.
그것도 완전 경력직 실무 면접 수준으로.
그날 탈탈 털렸던 질문 리스트
교수님이 질문하시겠다고 그린 그림 1
교수님이 질문하시겠다고 그린 그림 2
그렇게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지식이 털려갈 때쯤...
교수님께서
you have such a good CS foundation
이라고 칭찬해 주셨다.
흑,, 그래도 제가 기초 지식이 부족해서 석사 하겠다고 이렇게 미국 땅을 밟았는데
이렇게 칭찬을 해주시다니 정말 기분이 좋으네요...
라는 생각이 속으로 들었다.
그리고 구두로 나에게 인턴십 오퍼를 주셨다.
이게 진짜 찐 인턴십 오퍼였는지 아닌지에 대한 불확실함으로
한 달이 넘는 시간을 불안해했지만 결국에는 교수님께서 여름 인턴십 기회를 주셨다.
지금에서야 편하게 글을 쓰지만
정말 피말리고도 피말렸던 4월이여~
그리고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끝내고 방을 나서는데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결국엔 네트워킹으로 인턴십을 구했구나라는 허탈함이 몰려왔다.
250개 넘게 지원해도 안되던 인턴십이 이렇게 한 시간만에 구해지다니
정말 미국 구직 시장에 대해 한 대 얻어맞은 날이었다.
What if 를 쓰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 친구들이 교수님한테 메일 보내라고 하지 않았다면
- 나의 경력이 DevOps 가 없었다면
- 1 답장 + 또 다른 추천 이 없었다면
- 뫄뫄 교수님께서 여름 인턴십에 DevOps를 구하지 않았다면
- 내가 Intro to DB 조교를 하지 않아서 시작부터 인터뷰가 빠그러졌다면
등등...
정말 인턴십을 구하고 나니 한도 끝도 없이 what if 의 굴레에 빠졌었다.
하지만 나의 이전 글에서도 드러나듯이 내가 마냥 운이 좋아서 이 기회가 주어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내가 미국 구직 시장을 모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고
하나씩 알아 가면서 노력했고
그 노력의 결실로 인턴십을 구한 것이니 이번 경험치를 '럭키걸'로만 묶으려고는 하지 않으려 한다.
이번 여름이 지나고 나면 또 다시 나의 새로운 인턴십 구하기 여정이 시작될 것이지만
한 번 해냈다는 자신감으로 코딩 테스트도 열심히 준비하고
회사 생활도 착하게 둥글둥글하게 인맥도 넓히는 기회로 삼아서 여름을 보내야지!
멀고도 험난했던 나의 석사 1학년.
이제는 진짜 마지막 숙제를 하러 돌아가봐야겠다.
친구들이 모두 떠나가고 있는 기숙사에서
어쩌면 이 1년을 마무리하기 아쉬워서 괜히 티스토리에 글도 써보고
숙제를 끝내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이건 아닌듯).
그만큼 나에게 있어서 미국에서의 1년은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내가 알지 못했던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 학기면 나의 석사 2년차(a.k.a 찐 CS 석사)가 시작된다!
다음 학기가 더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미국 짬바가 더 쌓여서 나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내가 기대되어서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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