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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라이프/고민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미괴오똑)

바야흐로 인턴십 전쟁이 한창이던 3월, 내 유투브 알고리즘에 '더 커뮤니티 무료공개'를 맞닥뜨렸다.

도대체 뭔지 감도 안오는 이름인데다가 무려 1시간이 넘는 재생 시간에 며칠을 외면하고 클릭하지 않았는데 하도 뜨고 시간이 좀 났길래 클릭해봤다.

 

그게 그렇게까지 나를 괴롭게 할 줄이야.........

 

무료공개 4화는 내 똥줄을 채우기에 충분했다. 나같아도 한국이었으면 당장 웨이브 결제하고 봤을테지만 이틀을 웨이브 보겠다고 노력해본 결과 미국에서는 볼 방법이 없었다.

어쩔 수 없지 4화까지만 보고 '천재 이승국' 채널에서 피디랑 떠느는 스포 가득한 영상 보고 잠시 잊었다.

출처: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971066

 

그러다 책이 너무 읽고 싶어서 밀리의 서재를 켰다가 '하마'로 등장하는 '하미나' 작가의 책을 읽게 되었다.

역시 4화까지 볼 때도 어찌나 말씀도 잘하고 사람이 단단하고 온화한 것이 멋진 분 같았는데 글을 읽어보니 정말 멋지고 똑똑하고 글도 잘쓰고 멋있는 분이셨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도 자연스레 '우울증'은 남자보단 여자가 더 잘 걸리고 그 이유를 여성 호르몬으로 자연스레 연결 시켰던 것 같다. 여자들은 생리도 겪고 호르몬의 흐름이 너무 분명하기도 하고 나도 PMS로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는 사람이라 여성이 우울증에 더 잘 걸린다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작가는 그 부분을 파고든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 것도 자본주의 시대에서 약을 팔기 위한 마케팅으로 등장했단 사실도 처음 알게 됐다. '우울증'이라는 병명이 생겨나며 사람들이 자신의 상태를 범주화 하기 시작한 것도 어떻게 보면 현대 의학의 발전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우울증'이라는 병에 있어서 주변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우리가 어떻게 다뤄야 하는 지에 대한 첨예한 논의가 이뤄졌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만드는 책이었다.

 

우리는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한다. 그들이 우울증에 걸리게 된 원인은 정말 다양하고 우울증을 병으로서 치유와 완치의 개념으로 보기 보다는 그들의 목소리를 엮어낸 책으로서 더 다양한 시각으로 이 증상을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우울증이든 아니든 사람들이 겪는 감정의 높낮이, 나의 과거가 현재의 나에게 미치는 영향, 그로서 나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도 고민하게 됐다. 내가 아직 감기에 안 걸렸다고 해서 건강한 것도 아니며 완벽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없듯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이 있다면 인터뷰를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위로를 보내면서도 구조적인 문제에 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밀리의 서재 기준 3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쉽게 읽을 수는 없지만 어렵게 읽히는 책도 아니다. 때로는 분노가 치밀고 슬퍼서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마치 그들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 같아서 깊게 공감하기도 하며 정말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부동의 OECD 자살률 1위를 차지하는 대한민국에서 최근 20-30대 남성자살률이 급등했다는 슈카 월드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작가가 전했던 것처럼 '우울증'을 단순하게 개인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가 병들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더욱 건설적인 대안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하미나 작가가 책에서 전하고자 했던 것처럼 다양하게,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써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