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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라이프/고민

한국인 최초 우주인을 바라보는 시각 -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미국에서 이공계 대학원생이 된 나는 KSEA라는 단체에 작년부터 가입하게 되었다.

 

KSEA

 

www.ksea.org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라고도 불리는 단체인데 작년 Dallas에서 열렸던 'UKC FIRE'를 시작으로 여러 행사를 참여하고 있다.

 

몇 주 전, 웨비나 메일을 받고 익숙한 얼굴이 있어 온라인 참가 신청서를 냈다. 중학생이던 나에게 '우주인'이라는 타이틀이 너무나도 멋있었고 비행을 앞둔 직전에 '고산'에서 '이소연'으로 바뀌었단 사실도 알고는 있었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중학생 시절의 나는 '우주에서 초파리로 뭘 한거지?'라는 어렴풋하게나마 기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십여년이 흘러 나는 직장인이 되었고 어느 날 갑자기 '이소연 먹튀 논란'이 붉어져 사람들은 정말 많은 욕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랏돈을 들여서 우주에 보내놓았더니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밟고 미국인이 되었다는 둥 매스컴에서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인 이소연은 그렇게 잔뜩 욕만 먹고 있을 뿐이었다. 나와 같이 과학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사람에게 '한국 우주인' 관련 정보는, '고산'은 러시아에서 받던 트레이닝 중에 야망을 갖고서 더 많은 지식 전달을 위해 규율을 어겨 우주인이 되지 못한 멋있는 사람, '이소연'은 어부지리로 우주인이 되어 한국인 최초로 우주인이 되었으나 먹튀 논란으로 이미지가 나쁜 사람이었다.

 

그러고 몇 년이 지나 미국 땅에서 공부하던 나에게 우연의 기회로 'KSEA Webinar'에서 그 분이 초청되어 온라인으로 뵐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본인의 인생을 당당하고 멋있게 소개하는 그 분에게서 정말 '멋있다'라는 인상을 가졌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우주인' 프로젝트의 이면을 알게 되었다. '어떤 이야기를 하실까?'라는 단순 궁금증으로 참여했던 웨비나에서 '이소연'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또 '심채경' 박사님이 쓰신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의 '최고의 우주인' 챕터를 읽으며 내가 새롭게 얻은 시각을 남겨두고 싶다.


 

출처: hhttps://www.google.com/books/edition/%EC%B2%9C%EB%AC%B8%ED%95%99%EC%9E%90%EB%8A%94_%EB%B3%84%EC%9D%84_%EB%B3%B4%EC%A7%80_%EC%95%8A%EB%8A%94%EB%8B%A4/MScrEAAAQBAJ?hl=ko&gbpv=0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천문학자. 행성과학자. 경희대학교 우주과학과·우주탐사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과정을 모두 마치고 박사후연구원, 학술연구교수로 신분을 바꿔가며 20여 년간 목성과 토성과 혜성과 타이탄

books.google.co.kr

 

이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천문학자의 길을 걸어가는 '심채경' 교수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함께 공유받아 볼 수 있다. 중간 중간에 교수님이 최대한 쉽게 행성의 위치, 계산 등등 설명하지만 순간 멍때리고 지나가는 구간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 안에 담긴 생각들에 깊이 공감하고 고개 끄덕이게 된다. 특히나 '최고의 우주인' 챕터에서 중학생이던 내가 접하지 못했던 기사의 토막을 읽을때는 마음이 아팠다. 다시 지구로 돌아올 때 크게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그리고 이소연 박사가 했던 실험들이 조명 받지 못했다는 사실, 우주에 다녀온 후에 어떻게 우주인을 연구와 미래에 활용할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일회성으로 그친 프로젝트였다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소연 박사는 자신이 그간 해오던 연구 분야를 벗어나 4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우주 관련한 일을 했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2024년 대한민국, 여전히 이소연 박사에게 씌워져있는 오해를 생각하며 그 주변의 것들을 생각해본다. 과연 그에게 켜켜히 쌓여올려진 이미지에 있어 우리는 '이소연'이라는 사람을 우리 사회가 가진 편견으로 오해한 것은 없는지, '세금'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사람들이 강력한 비난을 쏟았는지, '이소연' 박사 그 한 사람의 노력은 어떻게 존중 받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2024년의 미국 땅에서 그는 우리에게 자신이 러시아에서 어떤 훈련을 받았는지, 그때의 시간이 현재의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솔직하게 공유하며 나와 같이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학생들에게 큰 울림을 주기도 했다. 천문학, 우주 관련 커리어가 전혀 없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겪은 특별한 경험을 청중에게 가감없이 솔직하게 보여주던 모습, 성공해낸 자로서의 성취감같은 것들이 나에게는 정말 인상 깊게 느껴졌다.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영향력을 통해 본인에게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해나가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렇기에 이소연 박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무대가 미국인 것이 참 슬프면서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그녀를 달가워 하지 않는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소연 박사가 언젠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래본다.

신비롭고 놀라운 우주 이야기부터 그에 못지않게 놀라운 과학 정책 이야기.
오직 이소연만이 해 줄 수 있는 이야기.
그 교훈을 얻으려고 우리는 그를 우주 정거장으로 보냈던 것이다.
여자라는 이유로, 직업을 바꿨다는 이유로 그의 목소리를 억누르고 싶어하는 사람이야말로 우리의 모두의 세금을 '먹튀'하려는 자다. 
- 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