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2'가 개봉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친구들과 함께 IMAX로 바로 보고 왔다. '인사이드 아웃 1'이 9년 전에 개봉한 게 무색할 정도로 임팩트가 강했던 영화였기 때문에 친구가 보러 가자 했을 때 바로 오케이를 외쳤다. 토요일 오후에 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봤는데 처음에는 육성으로 빵빵 터지면서 보다가 결국 끝에 가선 눈물을 훔치다 왔다.
나처럼 영화를 맘에 들었던 사람이 많았던지 한국에서도 꽤 입소문을 탔는지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에도 이 영상이 떴다.
가끔 나의 알고리즘에 걸리는 분이라 영상을 한 두개 정도 봤던 것 같은데 이번 영상도 되게 맘에 들게 보고 생각할 거리도 많이 줬다.
내가 영화를 보면서 눈물이 살짝 흘렀던 장면은 불안이가 폭주하다 어찌어찌 기쁨이가 "I am a good person" 나무를 갖다 꽂았음에도 불구하고 라일리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고 계속해서 패닉 상태에 빠져있을 때였다. 저것만 갖다 꽂으면 라일리가 편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구나. 결국에 나의 이 마음을 잠재울 수 있는 건 어떻게든 기억하려 했던 좋은 기억, 쓸모없다 생각해 버려진 나쁜 기억 할 것 없이 수많은 기억들이 켜켜히 쌓여서 형성된 자아, 즉 내가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구나 생각하게 됐다. 불안이, 기쁨이 외에도 그 많은 감정들이 쏟아붓는 노력, 나 스스로도 기억에 기반한 자아가 형성되어서 더 성숙한 내가 되고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법을 깨닫는구나 하면서 내 머릿속에 저런 감정들이 있다면 저렇게 고군분투하면서 내가 더 좋은 사람, 더 잘 걸어 나갈 수 있도록 애쓰고 있구나 생각하니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고서 나의 유학 생활, 아니 그 이전의 시간까지도 반추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정말로 힘든 시기도 있었고 행복에 빠져 하루하루가 즐거웠던 때도 있었다. 화가 나서 화장실에서 분노를 삭이던 때도 있었고 불안감에 잠을 못 이루던 날들도 많았다. 비단 유학 시기뿐만 아니라 어쩌면 늘 불안과 걱정에 휩싸여 삶을 살아왔던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됐다. 영화를 봤던, 요즘은 다행히 불안도는 많이 낮아져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언제고 다시 자리 잡을 불안의 감정을 조금은 괜찮다고, 그 불안의 감정으로 쌓인 경험도 더 나은 나의 자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위로를 보내주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이어진 생각은 왜 나는 그렇게 불안의 감정이 많았을까 생각하게 됐다. 이게 나의 문제인지, 아니면 한국 시스템의 문제인지 고민하게 된다. 불안 덕분에 더 나은 선택지를 찾아 나섰던 나였고 어쩌면 그 불안 덕분에 지금의 성취도 있지 않았나 싶다.
영상에서 '불안을 기반으로 더 잘되기 위해 살았는데'라는 말이 나온다. 영화의 불안이처럼 모든 상황을 시뮬레이션 돌리며 살진 않았지만, '만약에 이렇게 되면?'이라는 상상에 상상이 꼬리를 물다 보면 나에게도 가끔 불안이 몰려오곤 했다. 그 상황에 놓이면 더 노력하는 것 밖에 방도가 없었지만 그 불안에 내가 압도되지 않게 유학 생활을 통해 조금씩 놓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가령 '졸업하고 직장을 찾지 못하더라도 하고 싶었던 공부 실컷 했으니 괜찮아!'라고 마음먹고 일기 쓰고 하면서 채용 공고에 하나 더 지원하면서 달래며 불안을 잠재울 수밖에 없었다. '풀타임 받았다 쳐도 H1B Lottery 안 돼서 이 나라 떠나야 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 때면, '그래도 이 미국땅에서 3년 동안 일해본 게 어디야!'라고 긍정 회로 돌리면서 상상의 꼬리를 끊으려고 했다.
어쩌면 생뚱맞은 소리가 될 수도 있지만 이런 불안의 감정들을 잠재우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다름아닌 '자연'이었다.
Bay Area, 그리고 city라고 불리는 샌프란시스코에 살면서 다른 미국 도시들에 비해 복잡한 도시에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캘리포니아 그 자체로도 자연을 접할 기회가 많다. 가장 가까운 자연으로는 280 고속도로만 타도 Half Moon Bay 근처를 지나기 때문에 South Bay를 가는 길이든, 그곳에서 돌아오는 길이든 해가 떠있을 때 그 고속도로를 지나면서 '아~ 진짜 너무 예쁘다!!'라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친구들이랑 Lake Tahoe를 가서도, Yosemite를 가서도, 골프장에 가서도, 스키장에 가서 설원을 내려다볼 때도 불안할 수 있는 나의 석사 시기에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정말 미국에 오길 잘했다' 위로를 받는다. 자연은 저렇게 변함없이 나에게 행복한 감정을 가져다주는데 내 마음만 이렇게 힘든 거구나, 내가 마음을 더 편안하게 먹으면 이 아름다운 자연을 더 만끽할 수 있구나 생각하며 위로를 받게 된다.
2년이라는 어쩌면 짧은, 어쩌면 길 수도 있는 시간 동안 Lake Tahoe, Yosemite, Big Sur, Carmel by the Sea, Point Reyes, Napa Valley, Tiburon, 가까운 데로는 Ocean beach, Twin Peaks 등등 그저 자연을 바라보면서, 그곳을 거닐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그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면서 내 눈앞에 놓인 이 아름다운 자연만 생각하자고, 이 싱그러움과 평화로움을 내 마음에도 들이자며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자연이 좋아진다지만 어쩌면 내면에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불안도를 잠재워 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호수에 둥둥 떠서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서 생각 정리도 하고 급한 경사를 오르면서 숨이 가빠와 머리가 비워지기도 하고 날이 너무 더워 짜증이 날 것 같다가도 흩뿌려지는 계곡 물줄기에 다시 기분이 상쾌해지고. 자연이 주는 이런 소소한 행복감에 이 불안은 잠깐 뿐이라고, 자연이 선사해 주는 소소하면서도 평화로운 행복이 나를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나의 머릿속에서는 자연을 볼 때마다 기쁨이가 컨트롤 타워를 잡나 봐?! Lake Tahoe에 다녀온 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인턴십이 끝난 뒤에 개강 전까지 남은 시간을 잘 활용해서 다시금 자연에 힐링하러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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