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시작
바야흐로 약 4개월 전, 사촌 언니네가 하와이 가족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샌프란시스코-하와이 항공편이 약 $300정도밖에 되지 않아 바로 콜이라고 외쳤지만 하루만에 여행지가 마이애미 크루즈로 바뀌게 된다.
샌프란시스코-마이애미 항공편은 $600가까이 됐기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수업 끝나고 친구랑 도서관에 가다가 친구한테,
"만약에 너라면 엉클이 크루즈 비용 대준다고 비행기만 끊어서 마이애미 오라고 하면 넌 갈래?"
라고 물었더니
"당연한 걸 뭘 물어"
라고 하길래 바로 그 길로 비행기를 예약했다.
12/20/2022 | 08:40am-19:29pm SFO-FLL | $341.61
01/04/2023 | 05:25am-12:05pm MIA-SFO | $222.48
가계부를 뒤져보니 이렇게 나왔다.
물론 갈 때도 한 번 경유, 올 때는 무려 두 번이나 경유한 가격이긴하다.
어찌저찌 시간이 흘러 학기 끝나고 생각 정리 좀 하다가 마이애미로 향하기를 계획했으나
깜짝 방문객으로 샌프란 여행을 와 준 사촌언냐와 동생 덕분에
- 12/9: 종강 및 언냐동생 도착
- 12/9-11: LA 여행
- 12/11-20: 샌프란 및 근교 여행
- 12/20: 마이애미로 떠남
- 12/24-31: 크루즈
- 12/31-1/4: 마이애미 및 키웨스트 여행
하루도 빈 날 없는 여행 일정이 완성되었다!
Day 1 - 12/20/2022
새벽 6시....
7시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했기 때문에 6시에 다같이 일어나 6시 30분쯤 공항으로 향했다.
11일간의 여행을 함께한 사촌들과 공항에서 인사를 나누고 Alaska Airline 터미널로 가서 짐을 부치고 비행기를 타러 갔다.
민족 대이동의 시즌 답게 공항에는 사람들이 북적북적했고 평소처럼 한 시간 일찍 왔지만 거의 보딩 시간에 딱 맞춰서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아무것도 안 주는 줄 알았지만 그래도 마실 것+과자 정도는 줬다.
한 시간 반 정도 날라간 샌디에고에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40분.
내리자 마자 화장실만 잠깐 들렀다 바로 마이애미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급하게 자리에 앉고보니 비행기가 거의 꽉차있었다.
옆에 계신 아주머니가 앉자 마자
"마이애미에 뭐하러 가세요~ 저희는 140일 동안 크루즈 여행을 간답니다 호호홓"
하면서 스몰톡이 시작됐다.
그러다 갑자기
"일정 안 급하면 지금 지원해봐요! 방금 방송에서 하는 말이 오늘 밤이나 내일 비행기 타면 $2,000 준다네요?"
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어짜피 크루즈 타기까지 나흘 정도 여유가 있어서 부리나케 비행기 앞으로 달려나갔다.
방송을 듣고 이미 나 앞에 두 명이나 지원을 한 상태였다.
진짜로 오늘 밤이나 내일 떠나는 비행기를 타면 체크로 $2,000을 준다는 거였다.
근데 총 8명이 필요했는데 밖에 다섯 명이 이미 지원해 있었고
내 앞에 두 명이 있었는데 하필 앞 사람이 부부여서 딱 내 앞에서 잘린거다.
정말 너어어무무우우 아쉽게 여행 경비를 벌 수 있는 기회였는데 코앞에서 놓쳐버렸다.
그래도 그 부부가 마침 딱 내 뒷자리였어서 여유롭게 두 자리를 차지한 채로 마이애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이애미에 도착하니 이미 해가 져 있었다.
시차가 무려 네 시간이나 나다 보니 새벽 6시반에 움직였는데 마이애미에 내리니 오후 7시가 다 되어있었다.
시즌이 시즌인지라 역시나 공항은 난장판이었다.
짐을 찾으러 가서도 갑자기 짐이 안나 오길래 사람들이랑 우루루 몰려갔더니
공항직원이
"여러분 짐이 아직 마이애미에서 안왔어요~ 베기지 텍 갖고 오시면 짐 어딨는지 스캔해 드릴게요"
라고 말하자마자 사람들이
"애기 유모차를 안갖고오는게 말이 됩니까!!"
부터 시작해서 난리가 났다.
근데 또 어떤 사람이
"내 AirTag가 지금 저 뒤에 있다는데?"
라고 따지니까 갑자기 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왜 욕을 사서 먹는지 모르는 일이었지만 내 짐도 무사히 마이애미에 와 있었고 짐을 찾아서 우버를 타러 갔다.
우버를 타는 곳에서도 차가 너무 막혀서 우버를 부르고 타는데까지 30분이 걸렸다.
내가 도착한 호스텔
Bposhtels Hollywood Florida
공항을 겨우 빠져나와서 호스텔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는데 도착하고 보니 그냥 모텔 방을 호스텔 방으로 개조해놓은 곳이었다.
호스텔 관련 글을 따로 포스팅하자니 별로 할 얘기가 없긴 하다.
그냥 간단히 정리하자면
- Knight Inn 방 중에서 제일 끝 방 몇 개에다가 2층 침대 넣어둔 구조
- 방 안에 옷장 겸 주방으로 만들어 놔서 냉장고, 전자렌지, 토스트기는 있음
- 방 안에 화장실 있음 (Inn 방에 당연히 화장실이 있듯)
- 드라이기가 있긴 있는데 여러개 있는거 보니 원래 있는거 + 룸메들 꺼였던 듯
- 기본 세면도구 그냥 다 챙겨가서 원래 뭐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음
- 방 안에 테이블이랑 의자는 있어서 밥을 먹을 수는 있음
유럽 호스텔 기대하면서 라면 끓여먹을 생각이었는데 주방에 냉장고랑 전자렌지 뿐이어서 뭘 해먹을 수가 없었다.
오후 10시가 다 되어서야 호스텔 바로 옆에 있는 햄버거 세트를 먹을 수 있었다.
저 치킨 샌드위치 맛있었다. 감자튀김은 너무 짰다..
아쉽게도 2층 침대 2층이 당첨되어서 햄버거를 먹고 씻고 누웠는데
매트리스가 너무 꺼져있어서 가운데 누으면 침대 프레임이 느껴지는 것이다....
최대한 푹신한 테두리에 누워 마이애미에서의 첫 날밤을 보냈다.
Day 2 - 12/21/2022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11시였다.
생각해보니 시차가 네 시간 나니까 샌프란 시간으로 오전 7시에 일어난거나 마찬가지이긴 하다.
원래라면 큰이모 큰이모부께서도 나와 같은 날 마이애미에 도착하셔야 했지만
비행기 고장으로 인해 하얏트에서 하루 호캉스를 보내신 두 분께서 한국을 떠나셨다는 기쁜 소식과 함께 아침을 맞이했다.
그래도 마이애미에 왔으니 해변가를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해변에 어울리는 옷을 걸치고 걸어서 바닷가로 향했다.
근데 좀 짜증났던게 해변가를 따라서 쭈욱 다 private beach 개념이라서
걷다 보니 다시 시내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다 No trespassing이라는 팻말을 붙여놓고 길을 가로 지를 수가 없어서
처음 들어왔던 길까지 내려와야 했다.
억울해서라도 이 근처 숙박 시설에서 자려고 가격 찾아봤더니
1박에 다 $300가까이 하거나 넘어서 하루 머무를 수도 없었다.
Hallendale Beach는 영 마음에 안드는 곳이었다.
그래서 혼자 그냥 요깔고 누워서 하늘 쳐다보다가
수영복도 안 입어서 그냥 해변가를 벗어났다.
라면이 너무 먹고 싶어서 Walmart에서 전자렌지용 용기 하나를 사서 라면을 끓여먹었다.
밥 먹고 할 일이 없어서 스벅가서 이것저것 글쓰고 인턴 지원하다가
저녁에 씻고 누워서 일찍 잠이 들었다.
Day 3 - 12/22/2022
어제처럼 느즈막하게 일어난 아침.
바닷가는 어제 보았으니 시내 쪽으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사실 아침에 바닷가를 갔는데 날씨가 어제보다 너어무우 좋아서 바다에 뛰어들고 싶었다.
하지만 수영복을 또 입고 오지 않은+운동화를 신고 온 관계로 그냥 배도 고프겠다 중식당을 찾아서 그곳에 가기로 했다.
버스 앱을 대충 받아서 $2.00을 충전해서 1 pass를 구매한 뒤
버스에 타서 보여주는데 기사님이 영어를 못하시는 거였다.
마이애미에 와서 드는 생각이 있다면 여긴 영어를 하는 인구보다 스페인어를 하는 인구가 더 많아 보였다.
기사님이 그냥 free free 하시길래 개이득~하고 버스에 탔다.
근데 가만히 앉아서 둘러보니 아무리봐도 버스가 경로당 버스 같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할머니, 할아버지 밖에 안 앉아 계셨고
버스 루트라 하기엔 너무 구석구석 골목을 다 훑는 느낌이었다.
분명 구글맵으로 검색했을 때 10분이면 간다고 했지만
골목이 나올 때마다 휘적이고 나오는 바람에 30분이나 걸려서 도착지에 갈 수 있었다.
도착하고 보니 식당 안에서 식사가 안된다고 해서 런치 스페셜을 주문해서 그냥 들고 나왔다.
아무리 둘러봐도 주변에 공원이 안보여서 그냥 비싸보이는 건물 주차장 한켠에서 식사를 했다.
역시 양으로는 장난 안치는 미국 답게 양이 어마무시했다.
샌프란과 다르게 가격도 꽤 괜찮았던 편.
저렇게 도시락+스프링 롤+수프+튀긴과자+포춘쿠키까지 해서 약 $14였는데 짜지만 맛있었다.
다 먹고 나서도 양이 너무 많이 남아서 저녁까지 두 끼나 이 음식을 먹어야했다.
밥을 먹고 근처 던킨에 가서 커피랑 도넛 하나를 시켜서 밀린 인턴십 지원을 했다.
그러다가 도저히 내일까지 저 낡아빠진 매트리스에서 자기엔 너무 억울해서 조금 윗동네 별 두 개짜리 호텔을 예약해버렸다.
바닷가에 들어가고 싶은데 15분씩이나 걸어서 왔다갔다 하기에도 좀 그렇고
남들 다 갖고 있는 의자도 없어서 가기에 애매했던 터라 그냥 하루는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치고 방을 하나 예약했다.
무조건 바다 근처로 그나마 합리적인 가격에 하루 숙박을 예약했다.
호스텔 하루 숙박비는 날려야했지만 $25정도 했던 터라 한 끼 덜 먹는 셈쳤다.
인턴십 지원 + 모텔 예약을 끝내고 방으로 돌아왔다.
막상 떠난다 생각하니 호스텔 근처를 더 돌아다녔다.
생각보다 내가 머물렀던 호스텔 위치는 정말 괜찮은 편이었다.
옆에 쇼핑 센터가 있는데
- Five below: $5 아래로 신기하고 재미난 물건 많이 파는 곳
- Burlington: 옷, 잡화 쇼핑
- Ross Dress for less: 옷, 잡화 쇼핑
- Big Lots: 잡화 쇼핑
- Winn-Dixie: 슈퍼마켓
- Piola: 피자 맛집
등등 엄청 뭐가 많았다. 마침 크루즈에서 사촌 오빠 생일이라 필요한 것 여러개 사고 크루즈에서 쓸 귀걸이도 사고 과일도 좀 사고 쇼핑을 하고 기분 좋게 돌아와 잠이 들었다.
Day 4 - 12/23/2022
마이애미에서 혼자 보내는 마지막 날,
숙소를 옮길 생각에 신나서 아침부터 눈이 일찍 떠졌다.
역시나 이제 호스텔을 다니기엔 너무나 늙어버렸단 사실을 깨닫고
부랴부랴 짐을 싸서 예약해 둔 호텔로 갔다.
다행히 얼리 체크인을 해줘서 오전 11시쯤에 체크인 할 수 있었다.
St Maurice Beach Inn
이름에서 보아하니 호텔이라기 보단 Inn에 가깝긴하다.
https://www.stmauriceinn.com
시설은 웹사이트에서 보는 것이랑 거의 똑같다.
혼자 지내기에 딱 어울리는 곳
- 화장실이 꽤 좁은 편이고 욕조는 없음
- 옷장에 의자 두 개가 있어서 갖고 나가서 해변가에 앉아서 놀면 됨
- 바닷가까지 걸어서 2분
- 세면도구, 수건 등 웬만한거 다 있음
- 방에 냉장고, 전자렌지, 커피머신(꾸진거) 있음
호스텔에 있다가 여기 오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마침 방에서 유투브도 볼 수 있어서 뉴진스-Ditto를 열심히 들었다.
일기예보를 보니 곧 비가 온다고 해서 얼른 수영복을 갈아입고 해변가로 갔다.
근데 바닷물이 너무너무 차가웠다.
들어가서 한 번 잠수하고 나니 추워 죽을 것 같아서 그냥 나왔다.
그래서 의자에 앉아서 물멍 때리다가 배가 고파서 숙소에 돌아와서 씻었다.
이전에 놀던 Hallendale beach 거리와 다르게
Hollywood beach는 길도 너무 예쁘고 날씨도 너무 좋았다.
기분이 좋아져서 그냥 아무데나 이끌리는 데에 들어갔다.
아무데나 그냥 들어갔는데 또 너무 맛있는거다!
바다를 바라보며 존맛탱 파스타를 먹고 있자니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없었다.
웨이터 추천으로 시킨 블루문 맥주도 정말 맛있었다.
나는 파스타를 내가 낼 수 없는 맛을 사먹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은데
이 파스타는 양도 많아서 포장해와서 저녁, 다음 날 아침까지 먹을 정도로 맛있었다.
날도 좋겠다 햇볓 듬뿍 받으며 바닷가 가서 일기도 한 편 쓰고,,,
더우면 방에 들어와서 침대에 누워있다가
또 이렇게 시간 날리기 아까우면 다시 바닷가 산책길에 나서고 했다.
저녁을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방에 사둔 맥주랑 감자튀김이 너무 먹고 싶어서 바로 뒤에 있는 식당에 갔다.
그나마 저렴한 감튀랑 핫도그를 주문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밖에서 밥 먹던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와서 약간 정신 없었지만
스콜같은 거라 내가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마자 그냥 냅다 뛰어서 방에 왔다.
소세지 대박 짰음. 진짜 무슨 소금 덩어리인줄....
그래도 감자 튀김은 맛있었다~
행복한 저녁 식사와 함께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방 안에서 일찍 잠이 들었다.
Day 5 - 12/24/2022
드.디.어
크루즈에 오르는 날!
그래도 혼자 지내는 마지막 시간을 기념하고자 해돋이를 보러 아침에 일찍 숙소를 나섰다.
어제 쏟아진 폭우의 여파로 해뜨는 게 예쁘게 보이진 않았다.
근데 진심 너무 추웠다.
분명 어제는 여름이었는데 오늘 아침은 겨울인 느낌.
바람도 너무 쎄고 심지어 바람이 차가워서 달달달달 떨다가 해도 안보이길래 그냥 돌아왔다.
다시 자기엔 또 시간이 애매해서 어제 먹다남은 음식들 다 데워먹고 화장도 하고 크루즈에 타기 위해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나섰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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